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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자기 몸 긍정'을 넘어 '자기 몸 중립'으로, 바디 뉴트럴리티

by haraam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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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포지티비티의 유행

 

거울을 통해 자기 모습을 보며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이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아까 마주친 다른 사람과, 혹은 화보 속 잘 꾸며놓은 연예인의 모습과 자신을 자꾸만 비교하게 됩니다.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와 당연한 듯 던지는 외모 평가, 겉모습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미디어의 영향이 지배적인 현대사회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획일화되어있으며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입니다. 심지어 항상 근사해 보이기만 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러한 기준을 맞추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에 더하여 기술의 힘을 이용하죠. 사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이미지는 일시적이고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지만, 마케팅은 끊임없이 자존감의 빈틈을 공략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렇듯 기형적인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자기 몸을 긍정하고자 하는 '바디 포지티비티(Body Positivity)'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바디 포지티브'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불렸고, 일부 유명인이나 미디어에서도 다루면서 지금은 이 현상을 접한 사람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내 몸을 정말 긍정해야 하나?

 

바디 포지티비티란 몸의 형태나 크기, 또는 어떤 외적 요소에 관계없이 자기 몸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합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은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적게 나가거나, 키가 작거나 크거나, 다리가 길거나 짧거나,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아름답고 멋진 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거나 부정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고 더 이상 의미 없는 수치심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바디 포지티비티에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우선 우리 몸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기능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이것은 일면 '내 몸을 긍정한다'라는 개념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내 몸이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면, 왜 건강을 위하여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긍정 또한 평가의 일종이라는 측면입니다. 사실상 체형이나 건강의 많은 부분이 유전적으로 결정됩니다. 그런 것들이 평가의 대상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시작된 바디 포지티비티가 또 하나의 억압으로 작용하여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게끔 만드는 현상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미 오랜 시간동안 다종다양한 세뇌에 갇혀 살아오다가,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서 부정당하던 자기 몸을 긍정하고 사랑한다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무의식적인 (심지어 스스로의) 방해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와중에 소신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 몸을 똑바로 바라보는 방법, 바디 뉴트럴리티

 

바디 뉴트럴리티(Body Neutrality)란 신체를 외적으로 평가하기를 멈추고, 본래의 기능적 면을 중시하는 관점입니다. '예쁜 몸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잘 작동하는 몸인가?'를 생각하는 것이죠.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었습니다. 2021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여자가 86.6세, 남자가 80.6세입니다. 내 몸을 이대로 80세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기계처럼 부품을 갈아낄 수도 없고, 새 제품으로 교환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오직 최선을 다해 꿰매고 때워서 사용할 뿐입니다.

 

갑자기 허리가 펴지고 턱이 들어가게 만드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 몸이 아름답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은 인형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우리를 겉으로부터 정의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직접 우리 몸을 사용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는 항상 타인의 겉모습을 보며 살아가기 때문에 외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외적인 언어가 우리를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습니다. '내 다리가 예쁘진 않지만,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걷고 뛰는 데 아무 문제 없으니까 됐어.' 그다음엔 외모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기능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신체 중립성은 신체 긍정과 신체 비판이라는 두 양극점과는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신체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몸의 기능에 집중하면 겉모습이 어떻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여기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바디 포지티비티보다 조금 더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유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디 뉴트럴리티 연습하기

 

그러면 이번에는 내 생각을 좀 더 유용한 측면으로 바꾸기 위하여 연습하는 법을 몇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생각을 바꾼다고 말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모든 경험자들이 증언하듯 마인드셋의 힘은 의외로 강력합니다. 그러니 분명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고 어색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방식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내 몸이 나의 일상생활, 업무나 취미 활동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세요.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동안, 밥을 먹는 동안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관찰해 보세요.
  • 장기적으로 몸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마치 물건을 고르거나 사용할 때처럼,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진 것 안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세요.
  • 근사한 외모를 보며 자신과 비교하고 싶어진다면, 사회적 미의 기준을 모두 맞추기란 불가능하며, 대부분은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을 떠올리세요. 그리고 충족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기를 멈추세요.
  • 외모에 대한 평가의 말을 듣는다면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마치 오늘 점심 메뉴를 말하듯이, 평소 결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별 것 아닌 사실로 대해 보세요.
  • 타인의 외모를 긍정이든 부정이든 평가하지 않도록 해보세요. 만약 무언가 외모에 대한 주제가 나온다면, 객관적인 사실이나 선택 또는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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